출판사 : 밀리의 서재
출간일 : 2022.12.15
소설 천 개의 파랑으로 처음 만난 천선란 작가의 새로운 소설을 보고 무심코 클릭하여 읽기 시작했다. 1시간이면 다 읽을 짧은 분량 안에 죽음이라는 심오한 주제를 담아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을 보고는 한동안 여운에 빠질 만큼 좋은 책을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 개의 파랑이 경주마와 로봇과 인간의 관계를 그렸다면 뼈의 기록은 로봇의 시선으로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그린 소설이다. 비인간의 관점에서 인간의 속성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비슷한 구성으로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천 개의 파랑은 이야기 자체가 흥미로운 소설이었다면, 뼈의 기록은 그보다 비인간의 시선으로 죽음에 대해 축적해 가는 인식 과정이 더 관심이 가는 소설이었다.
가까운 미래로 추정되는 미래, 로비스는 꾸준한 고객층이 존재하는 장의사 안드로이드이다. 수많은 죽음을 접하는 그는 어느 죽음을 갈무리하던 중 고인의 언니로부터 질문을 받는다.
아름답지?
그러나 이 질문에 대해 로비스는 아무런 답을 하지 못한다.
로비스는 그 이후 인간 친구 모미에게 아룸다움은 무엇인지 묻는다.
이를 시작으로 로비스는 수많은 죽음을 맞이하며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배워간다. 그러던 중 한 사건이 생기고 그에 대한 로비스의 돌발행동은 그가 죽음에 대해 무엇인지를 알게 되는 결정적 계기를 만들어준다. 그 후로 80년 넘게 일을 하던 로비스는 마지막을 맞이하게 된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로비스의 깨달음을 표현한다.
전체 전개를 보면 비인간인 로비스가 여러 죽음을 접하며 인간처럼 생각하고 죽음에 대해 알아가는 내용으로 볼 수 있지만 필자가 주목한 점은 사회 통념과 간접적 체험으로 죽음에 대해 자기규정이 있는 인간보다 제로베이스인 비인간, 로봇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죽음이 더 객관적이며 그 성찰이 아름다울 수 있겠다는 것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으나 짧은 소설이라 더 말하는 것은 책 읽는 즐거움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에 글을 줄이고자 한다. SF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